[펀글] 공화국을 위하여 잡생각들

[ gues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61.80.157.132>
날 짜 (Date): 2006년 12월 22일 금요일 오후 12시 15분 26초
제 목(Title): 공화국을 위하여...

루소의 말: 지배계급의 사회적 조건은 특권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특권을 추구한다. 만약 이들이 법을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법에 복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법관 노릇을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사학법 사태에 관련해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전가의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것은, 한국 지배계급의 이중성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

한국은 사적 관계가 공적 관계를 압도해온 나라야. ‘하나회’라는 사조직이 군대명령체계보다 윗선에서 작용해서 쿠데타를 성공시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데 옛날에는 사적 관계의 우두머리가 곧 공적관계에서도 우두머리였기에 이런 구별이 무의미했는데.... 노무현의 등장이후, 노무현이 분명 한국의 최고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계급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노무현의 한국 지배계급의 사적 관계망에서 국외자이기 때문이지.

* 노무현을 보고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은, 노무현이 사적 관계의 우두머리가 아니기 때문에 낮추어 보는 것이지. 예전 이회창이 한나라당 대표하던 시절에는 지금의 한나라당 대표나 박근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권세를 누렸지. 마치 조폭 보스처럼 말야. 옛날 그리스 공화국에서 공무원을 추첨을 통해서 뽑았듯이 만일 시스템만 작동한다면 공적 관계에서는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야. 하지만 사적관계에서는 아랫 것들을 누를 수 있는 카리스마, 돈, 그리고 폭력이 필요하지.

김영삼이 말한, 대통령이 기업에게 돈을 안 받으면 경제가 잘 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공적관계를 사적관계보다 우위에 두면 사회모순이 풀리고 따라서 경제가 잘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고, 이런 믿음은 민주화세력이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것이지.

따라서 한때 사회주의를 동경하던 민주화세력이 개혁의 원리로 자본주의의 시장경쟁의 원리를 채택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야. 필연이지. 사회내에 잔재한 특권을 일소하는데 시장경쟁만큼 강력한 것은 세상에 없으니깐.

* 군사독재를 펼친 군부세력들이 강력한 행정권을 행사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특권을 남발하고 부정축재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스타일의 국가경제는 이미 유효하지 않았던 것이야.

하지만 여기서 코미디가 발생하는데, 특권을 자신의 사유재산권으로 착각하는 지배계층이 시장경쟁 진흥책을 좌파 정책으로 매도하게 되었다는 점이지.

그리고 한국사회의 특권은 지배계급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보호를 받는 농민, 값싼 경유도 쓰고 진출제한도 있던 화물기사, 거리제한을 받던 주유소 등 자영업자, 저리 대출을 받던 은행원 등등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명목으로 산재해 있었고, 따라서 이들 또한 자신들의 특권 박탈과 심화된 시장경쟁에 불만을 가지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난하게 되었지.

그런데 이런 특권박탈과 시장경쟁 강화는 개개인에게는 불안정과 불안을 가져다 주지. 그래서 사회의 전체적 부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한국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경제가 나쁘다고 말하게 된 것이고, 모든 것은 노무현 때문이 되었지.

그래도 노무현이 희생양이 되어서 이런 개혁의 방향이 자리잡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개혁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 되는 일 또한 역사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라는 것이지.

노무현은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의 연결고리를 잘라버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차지한 사적 관계의 힘은 줄이지 못했어. 요새 보수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것은, 과거에는 공적 관계망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굳이 실체화할 필요가 없었던 사적 관계망이 표면화 하는 것이지.

* 사적 관계가 표면화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야. 그것은 커밍 아웃이자 반쯤 공적관계로 전화하는 것이니...

* 아무런 책임도 안지는 언론이 외교, 안보, 경제 정책 등에 있어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 또한 사적 관계의 힘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지.

문제는 노무현 이후야.

그리고 그 이후를 예상할 수 있는 본보기가 사학법 재개정 여부이지.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지: 법집행자들도 두려워하는 시민, 또는 법을 제 맘대로 위반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시민이 한 명이라도 존재할 경우, 국가 전체는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운 국가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이래서 사학법은 중요한 본보기야.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법안을, 소수지만 힘있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재개정된다면 그 사회체제는 정당성을 잃고 마는거야. 그리고 그런 일대 사건을 국민들이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면 그것은 더 위험한 것이고.

왜냐하면 실망한 국민들이 점차 참주를 원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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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키 2006/12/24 11:46 # 답글

    작금의 정치 현실은 누구의 의도에 의한 것이든, 누구의 실정이든 무능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라는 이상에 대해서 실망을 느끼게 하는 효과는 크다. 나는 이것이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보다 훨씬 더 무섭고 참담한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며 쟁취한 것이 막상 가져보니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데에 더 나아진 것도 없는 것 같고, 짜증만 나게 하는 .. 예전의 "일사불란"이 그리워 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 민족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역사를 답습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영국에서 의회와 왕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수백년을 지나서야 확립된 민주주의가 우리 나라에서 달랑 50년 안에 사람들의 뼛속까지 각인 되기란 무리가 아닐까 ? 역사적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사이에 망해버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높아진 자유도, 엔트로피를 다시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에 막연히 기대할 뿐.
  • strin 2007/01/04 12:48 # 답글

    정말 간만에 읽어보는 좋은 글이고, 아래의 의견에도 심적인 동조를... 저 또한 막연한 기대를 더해봅니다.
  • strin 2007/01/04 12:54 # 답글

    좋은 글이라기보단 입맛에 맞는 글이라고 해야겠네요. 소심하게 덧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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